제가 서유기를 처음 접한 것은 '손오공'이라는 만화를 통해서 였습니다. 변화무쌍한 여의봉을 자유자재로 휘둘러 요괴들을 무찌르고, 근두운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둔갑법에 복제술까지 쓰는 손오공에 매료되어 만화책이 닳도록 본 기억이 납니다. 자라면서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손오공은 사오정 시리즈라는 유머가 유행하면서 제 기억 속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유머에서 사오정은 귀가 어두워서 늘 뒷북치는 말을 하여 사람들을 웃게 합니다. 사오정의 독특한 캐릭터에 웃다 보니 저팔계가 궁금해졌습니다. 삼장법사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불법으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천축국으로 향하지요. 손오공은 능력이 있으되 경솔하고 저팔계는 충직하지만 지나치게 욕망덩어리이지요. 사오정은 물같이 순한 성격으로 말귀를 잘 못 알아듣지요. 삼장법사는 목적중심형 인간이라 목표를 잃어버리면 너무도 허약한 존재입니다.
서유기에서 보여준 등장인물의 약점은 모두 우리들의 약점이지요. 불안정한 세상에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원이와 돈이와 오정이와 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니체나 원효적 시각으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천축국에 닿기나 한 건지, 닿았다면 도를 얻어 부처님처럼 괴로움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의심해 보았습니다.
돌밀원은 정원 이름입니다. ‘인형이 가득한 정원’, ‘돌조각이 가득한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인형 놀이를 하며 놉니다. 돌인형 놀이, 헝겊인형 놀이, 풀인형 놀이....이 나이에 아직도 인형 놀이를 한다면 남들이 웃겠지요만 변을 하자면 저는 그것들을 통해 저는 ‘인생 놀이’를 한 것 같습니다. 놀이를 하다 보니 인형마다 이름이 생기고 사연이 붙어 이야기가 생겨났습니다. 이제 눈이 침침하여 바느질이 어렵습니다. 다만, 만들어 놓은 인형이 쓰레기가 되기 전, 인형들의 이야기가 제 머리에서 사라지기 전, 저는 그것들을 정리하여 ‘인형 동화 책방’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누군가의 심심한 마음에 재미가 되고 슬픈 마음에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