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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것

What is the lightest thing in the world?

저는 때때로 삶을 너무 심각하게 느끼며 산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에 꼭 가야 할 목적지나 중대한 사명같은 것이 있어 그것을 향해 매일 나가야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쫒기면서요. 행복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날은 새 옷이기도 하고 우정이나 사랑이기도 하고 공부나 돈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도 늘 가벼운 삶을 꿈꾸는 것은 그런 것들이 삶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무의식이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볍게 누리고 살다가 때가 되면 가볍게 놓고 떠나야 할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5일장을 떠돌며 씨앗 장사 50년 세월을 보내고 이제 구순에 접어든 장돌뱅이 한 분을 알지요. 바로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봄만 되면 새로 시작되는 ..
저는 때때로 삶을 너무 심각하게 느끼며 산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에 꼭 가야 할 목적지나 중대한 사명같은 것이 있어 그것을 향해 매일 나가야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쫒기면서요. 행복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날은 새 옷이기도 하고 우정이나 사랑이기도 하고 공부나 돈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도 늘 가벼운 삶을 꿈꾸는 것은 그런 것들이 삶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무의식이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볍게 누리고 살다가 때가 되면 가볍게 놓고 떠나야 할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5일장을 떠돌며 씨앗 장사 50년 세월을 보내고 이제 구순에 접어든 장돌뱅이 한 분을 알지요. 바로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봄만 되면 새로 시작되는 씨앗장사의 회귀적 삶과 장돌뱅이로서의 무한 반복성을 지켜보며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분의 삶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것들에 대해, 그리고 무겁지만 가볍게 살아야 할 삶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씨팔이'라는 말은 시인 하상욱님의 ‘시팔이’에서 아이디어가 생겼음을 밝혀둡니다.
돌밀원은 정원 이름입니다. ‘인형이 가득한 정원’, ‘돌조각이 가득한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인형 놀이를 하며 놉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인형 놀이를 한다면 남들이 웃겠지요만 변을 하자면 저는 그것들을 통해 ‘인생 놀이’를 한 것 같습니다. 놀이를 하다 보니 인형마다 이름이 생기고 사연이 붙어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눈이 침침하여 바느질이 어렵습니다. 다만, 만들어 놓은 인형이 쓰레기가 되기 전, 인형들의 이야기가 제 머리에서 사라지기 전, 저는 그것들을 정리하여 ‘인형 동화 책방’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누군가의 심심한 마음에 재미가 되고 슬픈 마음에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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